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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를 좋아하고 눈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어제 오늘은 눈이 좋았다.
비는 남아있는 것들을 싹 쓸어가는 느낌이라 좋아하지만
눈은 미련 또는 찌꺼기 그런 잔여물.
미련은 외로움과 같은 단어이기에,
무엇도 되지 못하는 것들이 쌓여만 가는 기분이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쏟아지는 눈을 맞고 있노라니 스노우볼 안에 있는 것만 같다.
*
오늘은 어쩐지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사랑도, 기쁨도, 분노도, 걱정도, 슬픔도 뭣도 아닌 처음 느껴보는 기분.
조금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져있는 이 감정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단순히 체한 것은 아닐까? 어쩐지 숨쉬기가 먹먹하다.
어떤 기분이나면,
과거를 청산하고 나를 용서하는 기분.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 뿐만이 아닌
나의 과거를 똑바로 쳐다보고, 이제서야 지금의 나를 제대로 보며 설 수 있게 된 느낌.
그 땐 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나의 최선이었어.
맞지, 하지만 이젠 예전과는 다르니까.
또다시 그렇게 하지만 않으면 돼.
펑펑 내리는 눈을 따라 펑펑 울고 싶은 기분이라
출근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내 마음 속에도 눈이 쌓일 준비가 되어
하나씩 둘씩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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